법률 상담 이혼이라는 라쇼몽, 진실은 어디에?
- 여름 법률사무소
- 4월 10일
- 2분 분량

" 이혼 소송을 진행하면서 나는 자주 한 영화를 떠올리곤 한다.
폐허가 된 성문 아래에서,
사건 당사자들 모두가 각기 다른 증언을 늘어놓던
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몽〉그 영화처럼,
이 부부 역시 같은 사건을 전혀 다른 이야기로 기억하고 있었다. "
[부인이 제출한 준비서면에 기재된 사건의 전말]
평소 남편의 폭력적인 성향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신경안정제를 복용했습니다.
2025. 3. 2. 남편과 다투다가 남편은 점점 격분했고, 갑자기 폭언을 하며 폭행하였습니다.
옆에서 아이가 울자 아이를 달래 진정시킨 후,
그 상황을 벗어나려고 아이를 데리고 옆방으로 가자
남편이 따라와서 저의 팔을 세게 붙잡고 위협적으로 흔들었습니다.
극도의 공포감을 느낀 저는 베란다로 도망을 갔는데
남편은 저의 팔을 쥐어 잡더니 목을 조르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의 답변서에 기재된 진술]
아내는 평소 신경불안증이 있어 저와 다툼이 있었을 때
베란다 창문으로 뛰어내리려고 하는 등 지나치게 격분하여 위험한 행동을 하곤 합니다,
당시에도 아내가 뛰어내리려고 해서 제가 아내의 양팔을 잡으면서 제지하려고 하자
아내는 저의 오른손을 물려고 하였고
결국 오른손으로 아내의 목을 누르면서 아내가 저를 무는 것을 막았습니다.
[각자의 라쇼몽, 다른 기억]
그렇다고 어느 한쪽이 고의로 거짓을 말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사람은 자신의 감정과 두려움, 억울함을 중심에 두고 기억을 재구성한다.
강한 공포를 느끼면 사소한 행동도 폭력처럼 각인될 수 있고,
반대로 자신이 한 행동은 지나치게 미화되거나 희미해지기도 한다.

아내의 "폭행당했다"는 기억과 남편의 "말리려 했다"는 기억은
같은 순간을 서로 다른 감정으로 바라본 결과일 수 있다.
하지만 이혼 사건은 '기억'만으로 판단되지 않는다.
아내의 목에 남은 선명한 멍, 옆방에서 울던 세 살 아이,
남편의 사업 과정에서 생긴 빚과 대출금, 집을 매각하고 남은 대금의 분배 문제
*이 모든 것은 각자의 기억과 무관하게, 지금 이 부부가 마주한 분명한 현실이다.

그러나 과거의 진실이 흐려졌다고 해서 현재의 해결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법원과 변호사는 남아 있는 증거와 현실을 바탕으로 사건을 다시 세우고,
그 위에서 결론을 내린다.
판결문이 손에 쥐어지는 순간,
라쇼몽을 지나 성문 밖으로 나서는 인물들처럼
부부도 오랫동안 얽힌 관계를 정리하고 각자의 길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이혼이라는 라쇼몽(羅生門: 일본 교토에 있던 거대한 성문)을 통과한 순간,
낡은 앨범 속 빛바랜 사진처럼 지난 과거의 진실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